[단독·심층고발] “지방 이전 명분 잊었나”… 대구 신서혁신도시 공공기관, 용역 사업 ‘서울 쏠림’ 심각
한국가스공사·부동산원·산단공·KERIS 등 핵심 이전기관, 매년 수백억 용역 ‘수도권 몰아주기’
실적 중심 입찰 및 가점제 유명무실… 지역 향토 전문기관은 평가 단계부터 ‘들러리’ 전락
공공자금 수도권 기형적 역유출 고착화… “지역에 내려와 일자리 만든다던 약속은 허구” 비판 비등
1. [현장 고발] 대구 둥지 틀었지만 돈 줄은 여전히 수도권으로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을 기치로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이전 입주한 핵심 공공기관들이 지역 사회와의 상생 약속을 저버린 채, 매년 수백억 원 규모의 연구 및 원가산정 용역 사업을 서울 등 수도권 대형 자문업체에 집중 발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혁신도시 조성의 본래 취지는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역 거점에 자율적 경제·산업 역량을 이식하여 ‘상생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그러나 취재 결과, 대구 신서혁신도시 주요 기관들의 용역 발주 실태는 이러한 국가적 명분을 무색케 하고 있다.
주요 대상 기관인 한국가스공사, 한국부동산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등은 정책 연구, 원가 산정, 학술 자문, 시스템 구축 등 매년 막대한 국비 및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발주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업 수혜의 대다수는 서울 소재 대형 회계법인과 수도권 컨설팅 업체, 수도권 유관 연구기관에 편중되어 있다.
2. [구조적 불공정] “지역은 들러리일 뿐”… 실적 장벽과 형식적 가점제
이 같은 ‘서울 쏠림’ 현상이 고착화된 배경에는 수도권 대형 업체에 유리하게 편향된 입찰 평가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용역 입찰 시 과거 수행 실적(Past Performance)과 기업 규모에 절대적인 배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시장을 독식해 온 수도권 대형 자문업체들이 입찰 때마다 압도적인 점수를 받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반면, 대구·경북 지역에 기반을 두고 현장 사정에 밝은 향토 학술·전문 용역 기관들은 기술력과 지역 이해도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 서류 평가 단계에서 ‘실적 미달’이라는 고배를 마신다. 이로 인해 상당수 지역 업체들은 수도권 대형 업체의 명의를 빌려 하도급으로 참여하는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지방계약법 및 관련 지침에 명시된 '지역업체 참여 가점 제도' 역시 실효성이 전무하다는 평가다. 가점 배점이 미미하거나 제한 입찰 대상 금액이 현실과 맞지 않게 설정되어 있어 실제 낙찰 결과를 바꿀 수 없는 구조다. 심지어 일부 사업에서는 수의계약이나 변형된 우회 발주 방식으로 특정 수도권 업체에 사업을 몰아주는 행태마저 포착되고 있다.
■ [현장 목소리] 대구 지역 전문용역업체 관계자의 분통
“지역 사정에 대한 이해가 깊은 향토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원가 및 학술 용역조차 ‘실적과 규모’를 핑계로 서울권 업체에 수의계약이나 우회 발주 방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지역에 내려와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기업과 상생하겠다던 공공기관들의 약속은 결국 지역민을 기만한 구호에 불과했습니다.”
3. [파장] 지방재정 수도권 역유출 및 ‘탁상공론’ 결과물 양산
공공기관 용역의 수도권 유출은 단순한 계약 불균형을 넘어 지역 경제 전반에 심각한 왜곡을 초래한다.
지방재정 및 공공 자금의 기형적 역유출: 지역에 배정된 공공 예산이 용역비라는 이름으로 다시 수도권으로 환수됨으로써, 지역 내 석·박사급 고급 인재의 채용 기회가 박탈되고 지식 기반 전문 서비스 산업의 성장이 근본적으로 막히고 있다.
지역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식’ 결과물 양산: 원가산정이나 지역 정책 연구 등 지역 밀착도가 높은 과제마저 수도권 시각과 잣대로 수행되면서, 지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겉핥기식 보고서만 양산되어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4. [대안 촉구] '말로만 상생' 끝내려면… 4대 근본 제도 개선 시급
지역 제한 입찰 및 공동도급 의무화 확대: 일정 금액 이하 연구·원가 용역에 대한 지역 제한 입찰을 대폭 확대하고, 수도권 업체가 지역 업체와 공동 도급을 구성할 경우 파격적인 낙찰 가점 부여.
용역 발주 현황 및 계약 실적 투명 공개: 각 공공기관별 지역 업체 계약 비율, 발주 실적, 수의계약 내역을 매 분기마다 공시하여 외부 감시 체계 강화.
공공기관 경영평가 내 '지역 상생' 반영 비중 상향: 기획재정부 및 소관 부처의 경영평가 항목 중 지역 기업 계약 이행률 배점을 대폭 끌어올려 공공기관의 자발적 이행 강제.
지자체·지역사회 감시 협의체 구성: 대구광역시, 지역 상공회의소,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혁신도시 공공기관 상생 이행 감시위원회'를 설치하여 발주 모니터링 실시.
[취재후기] '지방 분권' 초심으로 돌아가라
대구 신서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이 진정한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색내기식 구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향토 전문기관과의 실질적인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만이 혁신도시 이전의 명분을 다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는 유일한 길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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